그때는 왜 그것이 평화롭고 복된 일이란 걸 몰랐을까

그때는 왜 그것이 평화롭고 복된 일이란 걸 몰랐을까.

<중략>

스무살에 만나 오십년이 흘러 이 나이가 되는 동안 
아내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게 좀 천천히 가자는 말이었다. 
평생을 아내로부터 천천히 좀 가자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째 그리 천천히 가주지 않았을까.
저앞에 먼저 가서 기다려주는 일은 있었어도 
아내가 원한것, 서로 얘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는 것을 당신은 아내와 함께 해본적이 없었다.

당신은 아내를 잃고 나서 자신의 빠른 걸음걸이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평생을 당신은 늘 아내보다 앞서서 걸었다.
어느 때는 뒤도돌아보지 않고 길모퉁이를 돌기도 했다. 
뒤처져서 아내가 당신을 부르면 당신은 왜 그리 걸음이 늦느냐고 타박했다.
그러는 사이 오십년이 흘렀다.
아내는 걸음이 늦긴 했어도 당신이 얼마간 기다려주면 
뺨이 붉어진 채로 곁으로 다가와서는 여전히 천천히 가면 좋겠네, 하며 웃었다.
그렇게 남은 생을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한 걸음이나 두 걸음 늦었을 뿐인 그 서울역에서
당신이 먼저 탄 지하철이 출발해버린 뒤로 아내는 여태 당신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요즘 읽고 있는책.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자식들 집에 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다 사라져버린 엄마를 찾아 나서는 
자식들과 남편의 생각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서술한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엄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게 느껴, 그래서 무뎌진 감각으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주변의 고마움과 배려를
보듬어 보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쉽지 않지만 
오늘부터라도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열심히 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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